2016년 6월 14일 화요일

교육학 + 문화 인류학 = 실천 인류학

1. 개념 및 정의

1) 교육인류학

교육인류학(, educational anthropology)은 문화인류학(, cultural anthropology)의 한 분과 학문으로, ‘공식적, 비공식적 교육을 인류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교육인류학에서 ‘교육’은 ‘문화의 전승(transmission of culture 또는 cultural transmission)’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Spindler and Spindler, 1987; Ogbu, 1985),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문화의 전승’이라는 개념에 대해 오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첫째, 문화의 전승을 통해서는 사회가 유지될 뿐 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오해는 문화가 ‘축적성’ 및 ‘가변성’이라는 속성을 갖는다는 점을 이해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 즉 문화는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환경의 변화 또는 문화전파 등에 의해 끊임없이 변하며, 새로운 요소들이 계속 축적된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세대들에게 흘러간 과거의 문화가 아닌 최신의 ‘현재의 문화’를 전승시킴으로써 사회가 발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교육은 전 세대들이 계속 축적해서 현재의 기성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를 교육의 내용으로 하여 새로운 세대인 학생들을 문화화1)시킴으로써 그 사회를 유지·발전시키는 기능을 갖는다고 본다.

둘째, 한 사회 집단이 공유하는 문화를 전승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보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오해는 ‘하위문화(sub-cultures)’의 개념을 이해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 모든 사회는 수많은 하위집단들(sub-groups)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집단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회를 이루듯이, 모든 문화는 수많은 하위문화로 구성된다. 다시 말해서 한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하위집단들은 각기 특징적인 하위문화를 공유한다. 따라서 문화가 교육내용이 된다고 보는 것은 ‘핵심문화’ 또는 ‘일부 하위문화’만이 아닌 ‘다양한 하위문화’가 교육내용이 된다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교육(특히 학교교육)은 다양한 하위문화를 아동들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통합하고 결속시키는 기능을 갖는다고 본다.

교육인류학의 주 연구 주제는 교육의 문화적 측면으로, 특히 교육현상과 사회문화적 현상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데 초점을 둔다. 교육의 내용이기도 한 문화는 교육방법, 교육환경 등 교육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끊임없이 변하는 속성을 갖는 문화의 영향을 계속 받는 교육도 끊임없이 변할 수밖에 없다. 이때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계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끊임없이 변해가는 교육과 사회·문화의 관계는 아래와 같이 나선형의 모형으로 표현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한 사회 및 문화의 유지 및 변화(발전 또는 쇠퇴)과정에 대한 개념 모형
교육을 통한 사회 및 문화의 유지 및 변화(발전 또는 쇠퇴)과정에 대한 개념 모형
이와 같은 개념 모형을 토대로 교육연구를 한다는 것은 교육이 독립된 체제로서가 아니라, 사회·문화와의 관계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에 교육인류학 연구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미시적인 문화기술지(文化記述誌, ethnography)들의 경우에는 교육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원인을 그 갈등의 발생 현장에서만 찾는 경향이 있었다. 즉 학교나 학급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보다 넓은 사회와 제도들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을 연구에 포함시키지 못하였다. 간혹 학교 외부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연구들도 구조적인 관심 대신에 거래적(transactional)인 면에서의 학교와 학생들의 사회배경 간의 문화적 연속성 및 불연속성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에는 갈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그 갈등의 원인을 발생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도 찾아봐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을 결합시키는 총체적 연구를 하는 시도(예를 들면 Ogbu, 1981)들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 실천인류학(실행인류학)2)

교육인류학은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연구의 목적과 연구결과의 활용방식을 기준으로 본다면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교육현상의 이해를 목표로 하는 연구(기초인류학적 연구)
② 교육현상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연구(응용인류학적 연구)
③ 연구자가 직접 교육현상의 개선에 참여하며 개선을 위한 연구결과의 실천과 연구가 순환적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실천인류학적 연구)

이 중 실천인류학(, action anthropology)은 인류학자가 학술적인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연구대상 커뮤니티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활동까지 커뮤니티와 힘을 합쳐서 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Lane et al., 2011).

1980년대 후반 이후에 기초인류학이나 응용인류학적 연구에 있어서 인류학자들은 자기 문화에 대한 비평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기초인류학적 접근과 응용인류학(, applied anthropology) 접근에 있어서 비평가의 역할은 달라진다. 우선 기초인류학적 연구에 있어서는 익숙한 상황들을 되돌아보고 대안을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논의들을 주로 제시하고, 응용인류학적 연구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한다. 또한 관찰 결과 자주 보이는 참여자들의 행태가 기초인류학적 연구에서는 그 사회에서의 문화적 특징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응용인류학적 연구에서는 그러한 행태 자체가 참여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지식(특히 최근에 새로 학습한 지식인 경우)에 의한 시행착오일 가능성을 중시한다(이용숙, 2005).

응용인류학이라고 해도 인류학자들의 역할은 대안까지 제시하는 비평가의 역할로만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인류학자들이 자신이 소속한 현대 사회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천가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인류학자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들은 개선의 대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그 개선안대로 실천에 옮기는 역할까지 스스로 맡는다. 그러나 실천인류학자들의 역할이 실천가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실천인류학자들은 이들의 실천이 연구에 바탕을 둘 뿐만 아니라, 실천의 과정 자체를 연구대상으로 하여 연구결과를 실천 내용 및 방법의 개선에 다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반 실천가들과 다르다. 또한 실천인류학 연구에서는 커뮤니티의 사람들을 연구의 여러 단계에 직접 참여시키며, 이들 중 일부를 전문 연구자로 훈련시키는 경우도 많다(Chambers, 2000).

2. 역사와 발전단계

1) 교육인류학

(1) 교육인류학의 발전
마리아 몬테소리(Maria Montessori, 1870~1952)
마리아 몬테소리(Maria Montessori, 1870~1952)
‘교육인류학’이라는 용어의 기원은 이탈리아의 마리아 몬테소리(Maria Montessori, 1870~1952)가 1900년부터 7년간 로마대학교에서 ‘교육적 인류학(peadagogical anthropology)’이라는 강의를 하고, 그 후 같은 제목의 책을 낸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김영찬, 1982).

그러나 교육인류학의 발전은 다른 인류학 분야에 비해서 상당히 늦은 편으로, 인류학자들은 20세기 중반까지 공식적인 교육을 심각한 지적 탐구 주제로서 여기지 않았다. 대신에 인류학적 지식을 원주민이나 소수민족, 이민의 교육을 다루는 교육자나 정책 결정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주는 등 교육을 ‘사회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다(Ogbu, 1985).

1950년대에는 미국의 조지 디어본 스핀들러(George Dearborn Spindler)와 헨리 하펜딩(Henry Harpending), 푸에르토리코의 테어도르 브라멜드(Theodore Brameld, 1904~1987), 프랑스의 로렌스 윌리(Laurence Wylie, 1909~1996), 아프리카의 리드(Read) 등의 교육인류학 연구자들이 등장하였으나, 이들은 주로 비 인류학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산발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52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미국 인류학회 연차대회를 계기로 11명의 인류학자와 동수의 교육학자로 연구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류학과 교육학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연구집회를 8차에 걸쳐 가지게 되었다. 그 성과로 1955년에 최초의 교육인류학 교재인 『교육과 인류학(Education and Anthropology)』을 출판하게 되었다(김영찬, 1982; Ogbu, 1985). 이러한 스탠퍼드 회의를 계기로 교육인류학이 하나의 대학원 과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교육인류학자들이 체계적으로 길러지기 시작하였다. 1969년에는 왁스(M. Wax)를 회장으로 인류학과 교육협의회(Council on Anthropology and Education)를 결성하고 1970년부터는 뉴스레터를 발행함으로써 연구정보를 교환하고 관심 있는 회원을 크게 증가시키는 데 기여하게 되었다. 이 뉴스레터는 1978년 최초의 교육인류학 학술지인 『Quarterly of Anthropology and Education』으로 발전하였고, 이후 교육인류학은 문화인류학의 한 분과 학문으로 정립되었다.
(2) 한국에서의 교육인류학의 발전
한국에서의 교육인류학의 태동은 1960년대부터이지만, 교육인류학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74년 교육학자인 고 김영찬 교수와 인류학자인 고 이광규 교수 공저로 『문화과정과 교육』이 출판된 이후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에는 김영찬 교수가 위의 책을 크게 수정·보완하여 『생활·문화·교육』(1982)을 출간하였고, 김영찬 교수의 제자인 이종각 교수가 『문화와 교육』(1983)을 출간하였다. 또한 「경제성장에 있어서의 교육의 역할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 고찰」(이용숙, 1985)을 시작으로 교육인류학 논문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류학 저널인 『한국문화인류학』에 게재되기 시작하였으며, 학교에 대한 교육인류학적 연구를 실시한 미국에서의 박사학위 논문들(이용숙, 이종각, 조용환 등)과 국내의 석사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또한 『교수-학습 자료 활용실태 및 교수-학습 방법에 관한 인류학적 국제비교 연구』(이용숙 외, 1986)를 시작으로 국책 교육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교육인류학적 연구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1990년 교육학 분야에서 최초의 교육인류학 박사학위 논문(예를 들어 이인효, 1990)이 나온 이후 1990년대부터는 수많은 석·박사 논문들이 나오면서 교육학 분야에서 교육인류학 연구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특히 1997년 한국교육인류학회가 창립되면서 1998년 학술지인 『교육인류학연구』가 창간된 이후 교육학에서 교육인류학은 하나의 하위 학문 분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위에 언급된 학자들 이외에도 조용환, 조영달, 이혁규, 이정선, 김영천 등 많은 학자들이 활발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또한 교육인류학 교재의 출판도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교육인류학의 탐색』(이종각, 1995, 1997), 『교육에서의 질적 연구: 방법과 적용』(이용숙·김영천 편, 1998), 『질적 연구: 방법과 사례』(조용환 1999)가 출판되어 많은 대학에서 대학원용 교재로 사용되었다.

한편 이 시기에는 인류학자 중에서도 교육인류학 연구를 실시하는 연구자들이 늘어나서, 커다란 대중적 반향을 일으킨 조한혜정의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시리즈(1992~1994)를 비롯해서 정병호의 『여성노동시장 수요와 공동육아(탁아) 제도』(1991) 등 일련의 연구가 출판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이 외에도 정향진, 조혜영, 박순용, 박소진, 안준휘 등의 인류학자들이 교육인류학 연구를 활발하게 전개하였고, 교육인류학 교재도 다양하게 출판되었다. 또한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다양한 문화 출신의 사람들이 섞여서 사는 사회가 되면서 많은 국책연구원들이 이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기 시작하였고, 이 과정에서 한건수, 이태주, 정진웅, 정병호, 이수정, 조혜영 등 많은 인류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3)

2) 실천인류학

(1) 실천인류학의 발전
실천인류학은 시카고대학교의 인류학자 솔 택스(Sol Tax, 1907~1995)에 의해서 개념화되고 정립되었다(Chambers, 2000). 솔 택스는 6명의 제자와 함께 1948년부터 1959년까지 아이오아주의 폭스(Fox) 인디안 부족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의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또한 1950년대 초에는 시카고 도시재생운동이 빚은 갈등 속에서도 시카고대학교 주변 지역을 다양한 민족 집단(ethnicity)으로 구성된 지역사회로 유지하려는 커뮤니티 조직과 함께 일하는 프로젝트도 실시하였다(Lane et al., 2011). 솔 택스는 이러한 그들의 노력을 ‘실천인류학(실행인류학)’ 또는 ‘참여적 간섭’(participant interference)이라고 부르면서 “도우면서 배운다.”는 연구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폭스 프로젝트는 택스(1958)와 그의 제자들(Gearing, Netting and Peattie, 1960)에 의해서 응용인류학회 학회지인 『Human Organization』에 출판되었고, 이는 인류학자의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공적인 인류학적 지식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연구자와 연구대상 간의 동등한 상호작용’, ‘자기결정적인 공동체 형성을 위한 노력’ 등이 실천인류학 연구의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van Willigen, 1993; 김예겸, 2004).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실천인류학 프로젝트는 코넬대학교의 Vicos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코넬대학교의 인류학자들이 페루의 비코스(Vicos)라는 아시엔다(hacienda)를 5년간 임대하여, 무상으로 인디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던 아시엔다 제도를 폐지하고 종자개량, 학교 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들이 자립능력을 갖추도록 도왔다. 이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는 홈버그(Holmberg, 1959)를 비롯한 여러 인류학자들의 논문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이 두 개의 장기 프로젝트 이후, 기술적·경제적 발전이나 보건의 개선, 교육과 아동양육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인류학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또한 인류학 지식의 실용적 응용을 위해서는 기존 연구방법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연구 방법을 개발해 사용해야 한다는 논의(Schensul, 1973)가 나오면서 더 체계적인 분석을 위한 인지인류학의 적용을 시도하였다. 또한 다른 사회과학 분야 전공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이들의 연구방법도 적용하게 되었다(Chambers, 2000). 또한 1990년대 이후에는 실천인류학적 접근이 널리 확산되기 시작하였으며, 택스의 제자인 조안 애블론(Joan Ablon, 1988, 1999, 2009), 애블론의 제자인 산드라 레인(Sandra Lane, 2008) 등이 많은 다른 학자들과 함께 실천인류학 연구를 활발히 수행해 왔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는 기업과 산업인류학(, business and industrial anthropology)이 하나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쉐리 베스 오트너(Sherry Beth Ortner, 1941~), 아놀드 반 제냅(Arnold van Gennep, 1873~1957) 등의 인류학자들과 러셀 벨크(Russell Belk), 멜라니 왈렌도르프(Melanie Wallendorf) 등을 비롯한 마케팅학자들이 소비와 마케팅에 대한 인류학적인 연구를 실시하기 시작하자, 곧이어 신제품과 마케팅 전략 개발에 인류학적 접근을 직접 적용하는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기업체에서 인류학자들을 직접 영입하여 신제품 개발이나 산업디자인 등에 인류학적 접근을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1998년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류학자의 1/5 정도인 2,000명의 인류학자가 학계 이외의 실무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이 중 40%인 800명 정도는 기업체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었다(김중순, 2001: 119). 이처럼 응용/실천인류학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커지자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들은 응용인류학 석사과정을 만들기 시작하였으며, 이미 30개 이상의 응용인류학 석사과정이 설립되어 있다.
(2) 한국에서의 실천인류학의 발전
우리나라에서의 실천인류학 연구는 교육인류학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졌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명예교수는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1996), 『학교를 찾는 아이 아이를 찾는 사회』(2000) 등의 일련의 연구를 통해서 문화비평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교육 정책 수립자들을 위한 교육 개선 방향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공모를 통해서 정부의 청소년 지원센터를 임대하여 대안학교의 성격을 갖는 ‘하자센터’로 발전시키는 등 연구결과를 개선을 위한 실천으로 옮기는 활동을 하였다.

조한혜정 교수의 제자인 성공회대학교의 김찬호 교수는 『교육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2008), 『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2012) 등 시민들이 쉽게 읽으면서 인류학을 배울 수 있는 서적을 20권 이상 출판하고, ‘하자센터’의 운영을 맡기도 하는 등 대안교육을 실천하였으며, 일반교사와 다문화강사 양성과정에서의 국제이해 및 다문화교육, 풀뿌리단체 및 일반 주민들과 마을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역시 조한혜정 교수의 제자로서 ‘인권연구소 창’의 연구활동가이기도 한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엄기호는 『교사도 학교가 무섭다』(2013), 『단속사회』(2014) 등의 교육 관련 사회비평서를 출간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정병호 교수는 1990년대에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공동체 교육을 실시하는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설립을 주도하여 전국적인 연합회의 수준으로까지 발전시켰으며, 사단법인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와 남북문화 통합교육원 등을 통해 어린이 보호와 교육에 참여해 왔다. 인류학자들은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의 국제이해교육 교재개발 사업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하였는데, 한경구 교수, 유철인 교수, 이태주 교수, 한건수 교수, 서현정 박사 등은 『함께 사는 세상 만들기』(2004), 『우리는 지구촌 시민: 축구로 배우는 국제이해교육』(2005), 『맛있는 국제이해교육』(2007) 등을 기획하고 집필하였다.

또한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이용숙 교수는 28명의 5개 교과 연구자들과 함께 제7차 교육과정에서 처음 도입된 수준별 교육과정을 따르는 새로운 형태의 초·중등학교 교과서 개발의 방향을 제시하고 예시단원을 제공하는 연구(1999)를 실시하여, 새로운 교과서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대학 교육과정 개편 실천 연구(2002), 대학 신규교과목개발연구(2013) 등 대학 교육과정과 수업 개선 및 신설을 위한 연구를 실시하고, 교사와 교수를 위한 다양한 수업 방법 및 수업 분석법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연구(2014)도 실시하였다.

교육 이외에 실천인류학적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분야는 개발과 마케팅이다. 국제 개발 영역에서는 한성대 이태주 교수(2004)를 중심으로 목포대 홍석준 교수, 글로벌발전연구원(ReDi)의 최호림 박사 등이 실천적 연구를 실시하였으며, 2006년에는 실천인류학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시민운동 단체인 ODA Watch(대표 이태주 교수)가 설립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덕성여대 이용숙 교수(2012)는 실천인류학의 영역을 마케팅 인류학으로 넓혀서, 동국대 경영대 유창조 교수, 연세대 경영대 김영찬 교수 등 마케팅학 교수들과 함께 마케터들을 위한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연구방법을 개발하였다(이용숙, 유창조, 김영찬, 2012). 또한 이를 교육내용으로 하는 ‘신제품 마케팅 에스노그라피’라는 신규교과목을 개발하여(2014), 이용숙 교수와 김영찬 교수가 팀티칭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기업체 직원들과 다양한 전공의 교수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져서, 덕성여대 에스노그라피연구소(소장 이응철 교수)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설 기술인문융합창작소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실천인류학 연구와 활동을 하는 인류학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2009년에는 ‘실천인류학연구회’가 한국문화인류학회 산하에 설립됨으로써(1대 회장 이용숙 교수, 2대 회장 목포대 홍석준 교수, 현 회장 한승미 연세대 국제학부 교수), 실천인류학 연구는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한편 인류학자들은 인류학적 지식과 접근 방법을 적용하는 회사를 직접 설립하기도 하였는데, 김예겸 박사는 인도네시아 관광청 업무를 대행하는 문화기획사를 운영한 바 있고, 서현정 박사는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여행사를 설립한 바 있다.

3. 접근방법

1) 교육인류학

(1) 서술적 관찰
교육인류학도 일반적인 인류학과 같이 참여관찰(, participant observation)과 심층면담(, in-depth interview)을 가장 중요한 자료수집 방법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인류학적 연구에서 꼭 사용하지는 않는 서술적 관찰(narrative observation)방법을 참여관찰과 같은 비중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 방법이 수업을 관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교육인류학에 특히 적합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서술적 관찰은 참여관찰의 한 종류로서, 연구자가 관찰 상황이 일어나는 공간에 존재는 하되 참여를 최소화하면서 관찰에 치중하여 구체적인 기록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연구자가 수업 진행에 간섭을 하면 자연스러운 수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는 되도록 방해가 되지 않는 장소에 조용히 앉아서 한 명의 조용한 학생처럼 관찰과 필기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술적 관찰방법이란 연구자가 보고 들은 것들을 순서대로 상세하게, 있는 그대로 기록(서술)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학교 연구라면 각 단위 수업이나 행사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일어난 교사와 학생들의 말과 행동, 기타 사건들을 차례대로 서술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참여관찰에 비해서 객관적이며 세밀한 관찰을 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며, 가능하면 녹음기를 사용하여 현장에서의 대화나 수업 내용을 완벽하게 기록하도록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수업이나 행사의 상황은 복합적이므로, 교사와 수십 명의 학생들의 행동을 동시에 관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택적인 관찰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가능한 한 신중하게 초점을 선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연구 목적에 가장 적합한 관찰의 초점이 선택되어야 하는데, 가장 적합한 관찰의 초점은 연구의 진행에 따라 달라진다.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 관찰의 초점을 맞출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수업의 경우 중심인물은 대개 교사이며, 이 외에 교사와 상호작용을 하는 학생들이 각 순간의 중심인물이 된다.

따라서 교사 및 교사와 상호작용을 하는 학생들에게만 관찰의 초점이 맞추어지기 쉽다. 이렇게 되면 공식적인 수업의 과정은 기록될 수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주변인물)에게 그 수업이 무엇을 의미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수집되지 않는다. 반면에 수업의 주변부에 있는 학생들에게만 관찰의 초점을 맞춘다면, 그들의 행동을 수업의 내용 및 흐름과 연결시킬 수 없게 된다. 특히 학생들의 행동은 수업의 내용이나 방법 등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방법은 수업의 중심인물과 주변인물을 동시에 관찰의 초점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관찰자 한 명이 관찰의 초점을 두 갈래로 분산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관찰자가 한 명인 경우 최선의 대안은 관찰의 초점을 교대로 이동하면서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분 단위로 50초 동안은 교사 및 교사와 상호작용하는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다음 10초 동안은 두세 명의 일반 학생들이 각각 무엇을 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수업의 흐름에 대한 관찰이 1분에 10초 정도씩 끊어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지만, 녹음기를 이용하여 교사와 학생들이 주고받는 말만은 빠짐없이 기록하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보완될 수 있다. 이때 세 명보다 더 많은 학생을 한꺼번에 관찰하는 것은 관찰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다만 한 모둠이 4명이라면 모두 관찰할 필요가 있다.

서술적 관찰의 기록은 특정한 형식이 필요하다. 관찰결과를 상세히 기록해야 할 뿐 아니라 시간사용과 집중관찰 대상자들의 상호작용이 어느 순간에 어떻게 일어났는지 등을 정확히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서술적 관찰기록지’를 사용하는 것이 혼동의 여지가 적고, 추후의 자료수집 및 자료분석에 잘 연결될 수 있다.4)

〈표 1〉 서술적 관찰기록지 양식

〈표 1〉 서술적 관찰기록지 양식
시간
1분 또는 2분 간격으로 초까지 기록

〈한 단위의 수업, 회의, 또는 행사 전체에 대한 느낌〉
서술적 관찰/참여관찰 내용
• 교사의 말과 행동 및 관찰 학급 전체에 관련된 사실(계속 기록)
• 관찰 내용을 순서대로 적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된 부분은 괄호 안에 기록
• 교사·학생 등 제보자와 관찰자의 말은 인용부호 안에 기록하고, 누구의 말인지 명시. 이때 대화 내용은 가능한 한 실제 사용한 단어를 그대로 옮겨 적음
• 말을 길게 계속하면서 중간 중간에 동작도 하였을 경우에도 인용문 안에 대괄호를 사용하여 행동을 기록
• 확실치 않은 기록은 바로 옆에 물음표를 붙여 표시
• 적지 못한 부분 중 짧은 곳은 “···”로, 긴 곳은 “······”로 표시
• 판서 내용은 □와 같이 선을 두름

학생 1
학생들의 행동을 1분 단위로 기록(연구자가 1명인 경우) 또는 계속기록(연구자가 2명 이상인 경우)

학생 2
학생 3
해석 및 분석
• 해석
• 보충 설명
• 느낌
• 더 조사할 내용
• 다른 학교 및 학급과의 비교
• 학생들의 행동이 불확실한 부분에 대한 논의
•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 및 교사용 참고서에 제시된 수업 방법과의 비교 등

이러한 서술적 관찰기록지는 다음 사례와 같이 엑셀 파일로 저장하면서 각 시간대 별로 해당 주제의 번호나 인용할만한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숫자로 적어놓으면 자료의 관리와 분석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표 2〉 서술적 수업관찰기록 사례 : EXCEL 프로그램 사용


〈표 2〉 서술적 수업관찰기록 사례 : EXCEL 프로그램 사용
시간Sun Dec 31 12:42:00 KST 1899
수업내용과 흐름지적 당한 조가 처음엔 거절했다가 조원들의 의견을 듣고 발표한다. “네 저희 조는 저희가 발표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고, 제일 잘 했던 거 같아요.” 웃음 “얘길 하나 들려드릴 건데요. 예전에 어떤 화가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눈이 예쁜 사람을 찾으러 다녔어요. 딱 찾았어요. 그리고 코가 예쁜 사람을 찾으러 다녔어요. 그리고 입이 예쁜 사람을 찾으러 다녔어요. 그 가장 예쁜 눈, 코, 입을 그려봤는데, 어땠을 거 같아요? 상상하면 정말 미인이 나타날 것 같은데 바로 흉악한 얼굴이 되더라구요. 그 얘기 들어보셨죠?” 네- “저희가 그림을 이렇게 그린 이유가. 이 친구는 그냥 이대로 둬도 예쁜 친군데, 전문가란 사람들이 얘는 코도 고쳐야겠고, 눈도 약간 찢어지게 만들어야겠고 해서 이렇게 됐어요.” 주변에서 ‘예쁜데-’라는 반응이 나오자 다들 웃음 “암튼 제가 무슨 얘기 하려는지는 알겠죠?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면 되는데, 사람들이 자꾸 얘가 뭐가 문제 있다고 지적하다 보니까 더 이상한 애가 된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그 사람의 있는 강점들을 존중하자. 그 의미입니다.” 박수-
학생A자신의 조의 발표자를 본다. (1)
학생B다른 조의 발표를 듣고 있다. (1)
해석조별 활동이 끝나지 않은 조도 다른 조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 태도가 매우 좋은 이유는 후에 교수님과의 면담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발표할 때 다른 사람이 듣지 않는 다면 기분이 나쁘지? 그렇다면 내가 다른 사람의 발표를 경청해줘야지.’라는 이야기를 발표 이전의 사전 발표 조별 만남 시간에 해주시면서 학생들에게 발표자가 아닌 수업에 참여자로서의 의미도 부여해주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수업 참여에 대한 평가’를 학생들이 매기도록 하면서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발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이는 학생 스스로가 평가자이면서 동시에 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발표수업에 대해 그저 듣기만 하는 입장이 아니라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주제번호21-5
21-6
37
인용가치★★
* 여기에서 주제번호 ‘21-5’는 ‘발표 시의 교사 역할’, ‘21-6’은 ‘발표방식’, ‘37’은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라는 주제에 대한 코딩번호이다.
** 학생 A와 B의 행동 밑에 있는 (1)은 집중 정도를 의미한다. 1은 집중, 0은 집중 안함, 0.5는 부분적인 집중을 의미한다.
(2) 수업구조 분석(시간사용구조 분석)과 수업 중 실제 학습시간 축소과정 분석
서술적 관찰기록지가 있으면 수업구조 분석과 실제 학습시간 축소과정의 분석이 가능하다. 수업구조 분석은 수업의 전체 흐름을 화살표와 마디를 이용한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한눈에 보면서 수업의 구조와 활동별 시간배분, 각 활동에 참가한 참가자들을 분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때 화살표의 길이는 각 활동이 이루어진 시간에 비례하도록 그려서 하나의 그림으로 수업의 조직과 시간배분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한다. 다만 화살표가 상위 단계의 활동과 하위 단계의 활동을 연결시키기 위해서 사선으로 그려지는 경우에는 화살표의 길이가 아닌 상위 마디와 하위 마디 사이의 수평거리가 시간에 비례하도록 그린다.

이러한 그림을 수업관찰 기록지로부터 곧장 그릴 수도 있지만 먼저 수업의 흐름을 개요 형식으로 활동별 소요시간과 함께 나열한 후에, 이 개요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편리하다. 수업관찰을 못한 경우에도 수업 녹음자료만 있다면 이를 통해서 수업개요를 만들 수 있으므로, 자신의 수업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수업구조 분석 하는 것도 가능하다.5) 예를 들어 우수수업 상 수상 교수 중 한 명인 서울대 교육학과 조용환 교수의 ‘교육인류학’ 대학원 수업의 수업 개요와 수업구조 분석도를 아래에 제시하였다. 학생참여를 중시하는 이 수업에서는 학생이 예습으로 준비한 질문에 교수가 답하는 시간이 설명시간보다 많다. ‘마중물’ 설명은 질문을 유도하기 위한 개념설명시간으로써, 인트라넷에 올린 질문을 활용하므로 ‘질의토론’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후반부 새로운 진도의 강의가 다음 시간 전반부 질의응답과 연계된다. 즉 다양한 수업방법을 체계적으로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자료 교육인류학 수업의 개요

◎「교육인류학」수업의 개요 (총 수업시간 : 10시 4분 ~ 12시 53분〈169분〉)

Ⅰ. 수업준비 (10:04~10:14)
1. 과제(‘읽고서’)를 개별적으로 돌려주면서 출석체크 (10:04~10:12)
2. 관찰자 소개시간 (10:12~10:14)
Ⅱ. 수업 전반부 (10:14~11:49)
1. ‘마중물’ 설명(질문을 유도하기 위한 약간의 개념 설명) (10:14~10:51)
2. 질의 토론 (10:51~11:49)
① 학생 1의 질문과 교수의 답변 (10:51~11:02)
② 학생 2의 질문과 교수의 답변 (11:03~11:12)
③ 학생 3의 질문과 교수의 답변 (11:13~11:25)
④ 학생 4의 질문과 교수의 답변 (11:25~11:49)
Ⅲ. 쉬는 시간 (11:49~12:08)
1. 쉬는 시간 (11:49~12:06)
2. 과제 돌려주면서 지각 체크 (12:06~12:08)
Ⅳ. 수업 후반부 (12:08~12:53)
1. 질의 토론 (12:08~12:21)
① 학생 5의 질문과 교수의 답변 (12:08~12:16)
② 학생 6의 질문과 교수의 답변 (12:17~12:21)
2. 후반부 수업(교수 강의) (12:22~12:52)
 
 
Ⅴ. 수업 마무리 (12:52~12:53)
「교육인류학」수업의 수업구조 분석 도형
「교육인류학」수업의 수업구조 분석 도형
수업 중 실제학습시간 분석법은 〈의미 있는 학습시간 = 학생의 성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학습활동에 실제 사용한 시간〉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개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학습시간은 ‘의미 있는 학습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실한 수업관찰을 한다고 해도 ‘의미 있는 학습시간’까지 계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각 학생에게 수업 중 학습활동이 의미 있는 시간인지 아닌지는 그 순간순간에 학생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학생의 집중시간’까지만 계산해서, 이를 ‘실제학습시간의 대용’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관찰만으로는 개별 학생들의 정확한 집중률을 계산하기도 어렵다. 학생들이 교사를 쳐다보면서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도 관찰자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여기서의 ‘집중시간’은 실제 집중시간보다 약간 많게 계산될 가능성이 높다.

아래의 그림은 수업 중 실제학습시간 축소과정의 개념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즉 공식적 수업시간이 여러 단계의 축소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는 의미 있는 학습시간까지 어떻게 줄어드는지 보여준다.
수업 중 실제학습시간이 축소되는 과정 개념도
수업 중 실제학습시간이 축소되는 과정 개념도
위의 그림에 제시된 4단계의 개별 학생의 학습기회시간의 경우, 각 관찰대상 학생별로 학습기회에서 제외해야 하는 시간을 계산해서, 3단계의 학급 전체의 학습기회시간에서 각각 빼주어야 한다. 남은 시간이 각 학생의 학습기회시간인데, 이는 모두 다를 수 있으므로 4단계부터는 직사각형을 학생 수만큼의 숫자로 세로로 나누어서 그려준다. 예를 들어 집중관찰한 학생이 세 명이라면 다음과 같이 세로로 삼등분하여 그린다.
<표 3> 개별 학생의 학습기회시간을 그리는 방법
<표 3> 개별 학생의 학습기회시간을 그리는 방법
5단계의 집중시간과 6단계의 의미 있는 학습시간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그린다. 다만 의미 있는 학습시간은 계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그런 경우에는 5단계에서 끝내도록 한다. 또한 5단계의 경우에도 각 학생의 집중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표 2〉에 기록된 ‘학습기회시간 중의 학생 행동’에 제시된 집중정도를 토대로 평균 집중률을 계산하여 이를 개별 학생의 학습기회시간에 곱해주는 방법으로 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40분의 학습기회시간을 가진 ‘학생 1’에 대한 학습기회시간 중의 관찰 횟수가 총 20회인데 이 중에서 집중한 것이 10회라면, ‘학생 1’의 평균 집중률은 0.5가 된다. 따라서 ‘학생 1’의 집중시간은 20분이 된다. 이러한 계산과정에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평균집중률을 계산할 때 관찰한 모든 행동의 집중 여부가 아니라 학습기회시간 중의 집중여부만을 계산한다는 것이다.

아래에는 우수수업 상 수상 교수인 고려대학교 박찬수 교수의 ‘제품 및 브랜드 관리’ 수업에서의 2명의 집중관찰 학생의 실제학습시간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공식적 수업시간이 75분인 이 수업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업준비 및 출석체크를 위해서 처음 3분을 사용했고, 수업 마지막에 출석체크 확인을 위해서 다시 57초를 사용하였다. 따라서 실제 수업시간은 71분 03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수가 입실해 있었던 시간은 모두 수업시간이라고 보기로 한다면, 실제수업시간도 75분이고, 학습기회시간이 71분 03초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수업의 공식적 수업시간부터 집중시간까지를 나타낸 다음의 그림을 보면, 이 3분 57초 이외에는 전혀 학습기회시간의 손실이 없는 충실한 수업시간 운영이 이루어졌다. 학생들의 시간손실은 주로 자신이 집중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으로, 80.7%의 평균 집중률을 보인 A학생은 13분 58초를 낭비하고 57분 5초를 집중해서 공부하였으며, 92.1%의 집중률을 보인 B학생은 5분 53초를 낭비하고 65분 10초를 집중해서 공부하였다. 이 정도면 우수수업 상을 받은 교수의 수업 중에서도 학생들의 집중시간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제품 및 브랜드 관리’ 수업의 수업 중 실제 학습시간 분석 결과
‘제품 및 브랜드 관리’ 수업의 수업 중 실제 학습시간 분석 결과

2) 실천인류학

실천인류학은 〈개선이 필요한 문제 파악 및 변화의 계획→실행→관찰→반성〉의 4단계가 서로 통합되어 이루어지는 하나의 ‘역동적’ 과정이며, 4단계를 한 번만 거치는 것으로는 연구가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순환적으로 개선이 성취될 때까지 계속적으로 거듭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실천인류학적 연구를 포함한 실행연구의 모형으로서는 “계획, 행위, 관찰, 그리고 반성의 연속적 과정”(Kemmis & McTaggart)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모형을 바탕으로 조재식(2002: 211)이 수정한 발전적인 모형은 다음과 같다.
Kemmis와 McTaggart(1988)의 모형을 조재식이 수정한 실행연구 모형
KemmisMcTaggart(1988)의 모형을 조재식이 수정한 실행연구 모형
실행연구의 시작 단계에서는 연구자는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적 질문보다 경험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일단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실천되면, 지속적이고 초점적인 관찰과 계속된 반성의 주기로 접어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목적의 유형에 따라 질적·양적인 방법이 적용된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이론과 실제와의 생산적인 관계가 도출되면 실행연구자의 발전된 시각과 자료의 충실도에 비추어 해석하고 평가하여 구체적인 보고서 단계로 들어간다. 이런 과정과 결과의 작업은 어떤 식으로든 다른 현장구성원이나 행정가, 정책 입안자, 연구자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실천인류학의 연구목적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현장에서 문제의 원인과 함께 개선 대안 찾기, ② 현장에서 이미 발견한(나타난) 문제의 즉각적 해결하기, ③ 프로그램 개발과 개발된 프로그램의 일반화이다. 따라서 실천인류학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 설계는 연구목적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질 필요가 있으며, 각 목적에 알맞은 연구진행 절차가 따로 개발되어 있다.6)

4. 주요 연구영역

1) 교육인류학

최근에 교육인류학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현대사회에서의 학교교육에 대한 연구이다. 초기에는 학교교육을 통한 문화의 전승과 학교 내에서의 의사소통 및 인간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가장 많이 이루어졌으며, 최근에는 교육의 내용 및 방법에 대한 연구와 학교의 구성원들인 학생, 교사, 행정가의 삶 또는 문화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교육 연구는 주로 초·중등학교나 유치원 교육연구 중심으로 이루어져왔지만, 최근에는 대학교육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학교 이외의 교육기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기초인류학 분야의 교육인류학의 주요 연구영역만 해도 다음과 같이 상당히 다양하다. ① 부족사회 및 전통사회에서의 문화화 과정 및 학습에 대한 연구, ② 문화 갈등의 장으로서의 학교에 대한 연구, ③ 학교 구성원들의 삶과 문화에 대한 연구, ④ 학교교육(공식적 교육과정과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한 문화전승 연구, ⑤ 사회와 학교교육의 관계에 대한 미시적·거시적 접근을 통합한 연구, ⑥ 경제 발전에 있어서의 교육의 역할에 대한 연구, ⑦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관한 연구, ⑧ 기업교육에 대한 연구, ⑨ 학원, 공부방, 소년원, 야학 등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등이 있다.

2) 실천인류학

교육 분야의 실천인류학 연구영역은 ① 교육방법의 문제점 개선을 위한 연구, ② 신규교과목 개발 연구, ③ 새로운 교육방법/교사 연수 프로그램 개발 연구, ④ 교과서/교재 개발 연구, ⑤ 사회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 ⑥ 공동육아 연구, 왕따 문제의 해결 등 즉각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 등이 이루어진 바 있다. 기타 분야의 연구로는 지역사회 개발 연구, 문화 프로그램 개발 연구, 문화기획 연구, 소비자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 연구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5. 주요 용어 및 관련 직업군

1) 주요 용어

•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연구대상자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선형으로 생산되는 질문과 성찰의 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하나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에 동원되는 다양한 측면들에 부여하는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과 관점으로서, 인류학의 ① 현장연구방법이자, ② 연구 관점(세계와 사람들을 보는 종합적 시각이고 태도)이기도 하며, ③ 현장연구결과를 기록한 자료를 의미하기도 한다.

• 현장연구(fieldwork): 연구현장에 연구자가 직접 들어가서 현장구성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참여관찰과 심층면담을 실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보조적인 자료수집 방법도 사용한다.

• 참여관찰(participant observation): 자연스런 상황에서 연구대상자와 지속적 상호작용을 통해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 이러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관찰 자료를 획득하는 방법으로서, 일상에 장기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연구자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이끌어 내는 반응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자연스런 행위와 심층적 삶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부자적 시각을 얻게 된다. 연구자 자신의 경험과 감정까지도 연구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연구자 자신이 연구 도구라고 할 수 있다.

• 서술적 관찰(narrative observation): 참여관찰의 한 종류로서, 연구자가 관찰 상황이 일어나는 공간에 존재는 하되 참여를 최소화하면서, 관찰에 치중하여 구체적인 기록을 하는 것이다.

• 심층면담(in-depth interview/depth interview): 연구자와 정보제공자(면담 대상자) 사이에 전개되는 비형식적이고 자유분방한 대화의 형태를 지향한다. 참여관찰과 병행하여 사용함으로써 정보제공자의 이야기에서 무심결에 생략되는 맥락적 정보들을 통해 연구대상 문화의 성격을 파악해내는 중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면담의 성공 여부는 후속질문(probing)을 얼마나 충실하게 했는가에 절반은 좌우된다.

2) 관련 직업군

• 전문 학자(교수, 연구원)
• 정부기관 공무원(교육, 문화기획, 다문화 프로그램 운영 및 기타 분야)
• 국제기구(유네스코, 문화교류 및 국제개발 관련 기구 등)
• 방송(구성작가, 다큐멘터리 PD 등)
• 기업체(일반 회사 기획팀, 마케팅 조사팀, 인사팀, 사회기여팀, 문화기획사)
• 교육(수석교사, 연구부장 교사,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자)
• 커뮤니티 개발 및 사회운동가
• 저술가
• 리서치 회사(사회조사 및 마케팅 조사)
• 여행사(여행상품 기획 팀 등)
[네이버 지식백과] 교육 및 실천인류학 [Educational Anthropology] (학문명백과 : 사회과학, 형설출판사)

댓글 없음:

댓글 쓰기